잡으면 그대로 쓸 뿐
"잡으면 그대로 쓸 뿐 다시 무슨 이름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 임제스님
어떤 스님이 경허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무엇을 해야 합니까."
경허스님은 이렇게 답했답니다.
"그대 마음속에 일어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하게.
착함이건 악함이건 하고 싶은 일이면 무엇이든지 다 하게.
그러나 털끝만큼이라도
머뭇거린다든가
후회 같은 것이 있어서는 안 되네.
망설임과
후회만 따르지 않는다면
무슨 짓이든지 다 하게.
비로 이것이 산다는 것일세."
곽철환 지음(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졸업) 〈불교의 모든 것〉이란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무념이란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을 떠나지 않으면서
그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생각 속에 있으면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무념이
지혜의 완성,
반야바라밀이다.
생각을 일으켜
보거나 듣거나 느끼거나 알더라도
그것에 오염되지 않아
항상 자유롭고,
대립하는 2분법이 모조리 사라져
생각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게
무념이다.
'차별 속에 있으면서 차별을 떠난다'는 것은
대립과 차별 속에 있으면서도
어느 쪽에도 얽매이지 않고,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온갖 차별 현상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무주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 마음을 내야 한다'는
마음을 일으키되
형상 · 소리 · 냄새 · 맛 · 감촉 · 의식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남에게 베풀되
베푼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
남에게 가르쳐주되
가르쳐준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