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아무리 일어나더라도
그 바탕인 허공에는
아무 흔적이 없다.
구름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지나가지만,
그 흔적은 허공에 남지 않는다.
인연 따라 그렇게 지나갈 뿐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인연 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지나가는 생각의
흰구름 먹구름을 붙잡고
색칠을 한다.
어제 본 그 달은
변함없는 예전 그 달이던데,
오늘은
내 마음에 투영된 달과 닮았다.
한 생각 일으킨 마음이
착각을 하여
허공에 그물을 드리운다.
지나가는
한 생각을 낚아채서
어린아이 인형놀이 하듯
생각의 옷을 입힌다.
인연이라는 것의 변화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도한 집착과
분별에 사로잡히면
고통스러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생각이라는 번뇌는
쉽게 떨쳐지지 않는 따개비 같다.
그저 구름 가듯이 바람 가듯이
모든 인연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그에 따라 흘러 보내는 연습을 해야겠다.
조성택, 미산 스님, 김홍근 지음 《부처 마음을 깨닫는 자가 곧 부처다》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자기 본심을 깨닫는 것이지,
일어난 생멸심을
일일이 없애는 것이 아니다.
깨닫지 못하고
변화무쌍한 구름(생멸심)을
나라고 동일시하면
항상 요동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구름처럼 천변만화하는
생멸심의 정체(인연 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를 모르고 분별하여 집착하면 번뇌 망념이 그칠 날이 없다.
황벽 스님이 대답했다.
망념을 일으키는 것도,
망념을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도
역시 망념이 되는 것이다.
망념에는 본래 뿌리가 없지만
다만 분별심에 의하여 일어난다.
망상을 관찰하면
항상 바탕(본심)에서
인연 따라 일어나 다시 바탕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바탕은 언제나
텅 빈 채로 깨어있으면서
망상을 비추어보고 있다.
만일
일어난 자기 생각이 보인다면,
그 보는 것이 곧 성품이다.
그 성품이 곧 본심이요,
마음자리(심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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